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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뚜비 강

안전, 사소하다고 생각한 ‘잠깐’의 중요성

최종 수정일: 2019년 6월 11일

‘안전불감증’, 우리 사회에서 핵심으로 꼽는 단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것이 안전할 것이며, 위험은 없다고 생각하는 증상이다. 안전에 대한 주의 의무를 느끼지 못하는 증상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좀 더 과학적인 용어로는 위험 지각(risk perception)이 낮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안전불감증이 문제로 언급되는 이유는 이러한 안전불감증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 불안전 행동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즉 위험하다는 생각이나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어 불안전 행동을 하게 된다.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 안전불감증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무서운 재난을 가져오는지를 보여준다. 세월호 사건이란 2014년 4월 15일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을 출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4월 16일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해 304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대형 참사다.


이 사고로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이 생존했고, 304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특히 세월호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4명이 탑승해, 어린 학생들의 피해가 컸다. 침몰 중에도 선내에서는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만이 반복됐고, 구조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는 ▷엉뚱한 교신으로 인한 초기 대응시간 지연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 ▷해경의 소극적 구조와 정부의 뒷북 대처 등 총체적 부실로 최악의 인재로 꼽히게 되었다. 평소 조금만 신경 썼으면 이러한 대형사고는 나지 않았을 거라는데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반면에, 사람으로 인해 사람의 목숨을 구한 사례도 있다. 지하철에서 심장이 멈춰 쓰러진 시민을 한 대학생이 응급처치로 생명을 구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열차 객실에서 전 모(49) 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당시 전 씨는 심정지로 입에 거품을 문 채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상태였다. 승객들이 다 놀라 바라만 보는 상황에서 같은 객실에 있던 한 여대생이 응급처치하기 시작했다. 이 학생은 "골든타임을 놓치면 위험하다"며 승객들의 만류에도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계속해 생명을 구했다.


학생에게서 언급된 ‘골든타임’이란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사고 발생 후 수술과 같은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을 의미한다. 심정지의 경우 초기 4분, 뇌졸중의 경우는 초기 3시간이 골든타임이라고 알려졌다. 이처럼 사람의 생사가 짧은 시간 안에 결정되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전은 미리미리 지켜져야 한다, 우리 대학의 안전관리과

우리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위급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안전시설들을 운영하고 있다. 바로 관리처 소속 ‘안전관리과’다. 안전관리과는 계단이나 난간 등 생활 속에 녹아들어 가 있는 안전시설을 관리·담당한다. 안전관리과가 총괄을 맡고, 실제적인 안전설비 관리는 시설지원과가 맡는다. 안전관리과 과장 배준섭 씨는 “보통 건물에는 소방감지기가 한 종류만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 건물 안에는 열 감지기와 연기 감지기 두 종류가 각 건물, 실마다 붙어있다. 아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더욱 더 안전한 대학을 만들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화재 감지기는 1년에 두 번,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특히 과학관의 실험실 안전을 강조했다. 실험실은 시약이나 실험기구 같은 위험한 시설이 많으므로 특히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내에는 안전을 목적으로 하는 감시카메라 600대 이상이 운영되고 있다. 통행차량을 찍는 게이트 카메라의 경우는 목적이 다르지만, 범죄 현장이 게이트 카메라에 담겼다는 판단이 선다면 안전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때도 흔하다. 이 영상들은 프라이버시 등의 이유로 교내 교통사고로 인한 경찰의 협조요청이 아니면 잘 내어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 외에도 여자화장실의 비상벨과 교내 캠퍼스 안에 설치된 Emergency Call이 학생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다.


원광대학교 Emergency Call 위치를 표시한 캠퍼스맵, 총 16개



우리 대학의 경찰관과 응급대원, Emergency Call!


Emergency Call이란 캠퍼스 내에 설치된 비상벨 폴을 말한다. 교내에는 16개의 Emergency Call이 운영되고 있다. 정식으로 설치된 지는 2년 반 정도가 지났다. 배준섭 씨(안전관리과 과장)는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겠지만, 과거 우리 대학에서도 여학생 상해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범인은 잡았지만, Emergency Call을 설치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Emergency Call은 360도 회전형 카메라와 점등 램프, 비상 호출벨이 설치되어 안전을 위한 경비원 역할을 톡톡히 도맡고 있다. 설치된 카메라는 움직임 감지 센서가 달려있어 움직임이 포착되면 바로 녹화를 시작한다. 녹화된 영상은 법적 영상 보관 기간인 한 달 정도 보관된다. 물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은 좀 더 짧게, 적은 지역은 더 길게 보관되기도 한다. 또한 줌인 기능도 있어 사건 상황을 더욱 실제적으로 담는 것이 가능하다. Emergency Call의 비상 호출벨을 누르게 되면 상황실과 직통으로 연결된다. 카메라를 통해 상황실 직원이 주위 상황을 파악함과 동시에 상황실 상주 직원을 뺀 나머지 직원들이 현장으로 곧장 출동한다. 때문에 비상상황에서도 즉시 대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 대학의 에스원 출동 인원은 주간에 2명, 야간에 3명이다. 상황실에는 항상 한 명의 직원이 상주한다. 주간보다는 야간에 응급상황 발생 확률이 높으므로 야간에 더 많은 인원이 배속되었다고 한다. 이 직원들은 야간 순찰까지 겸한다. 따로 출동 매뉴얼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 비상호출을 눌렀다는 것은 이미 비상 상황이라는 판단이 깔렸으므로 곧장 직원이 출동하게 되어있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들에도 Emergency Call을 활용한 사례가 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흉기를 지닌 60대 남성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자연대 건물 안에 침입한 일이 있었다. 여자화장실에 머물다 혼자 들어온 여성 연구원을 위협하며 성폭행을 시도하다가 비상벨 소리에 놀라 도망쳤다. 하지만 곧 벨이 울리자 뛰쳐나온 동료들에게 붙잡혔다.


반면에 우리 대학 평균 사용실태를 묻자 놀랍게도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배준섭 씨는 “사용된 적이 없다는 것은 학교 안이 안전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치안이 좋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반대로 학생들에게 제대로 홍보가 되어있지 않아 Emergency Call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말에는 “밤에 학교를 돌아다니면 Emergency Call의 점등 램프가 깜빡깜빡하며 위치를 알리게 되어 있다. 대부분의 Emergency Call은 캠퍼스 외곽에 설치되어 있는데, 운동장 옆에 설치된 Emergency Call은 일부러 통행이 잦은 곳에 설치해 학생들의 눈에 잘 띄도록 했다. 모를 수가 없다.”고 반론을 제시했다.


그러나, 알고 있나요? Emergency Call


그러나 안전관리과의 답변과는 다르게 학생들의 인식은 대체로 낮았다. 오수진 씨(복지보건학부 4년)는 “작년에 생겼다는 것만 알고 있다. 자주 지나다녔는데 거기 있는지조차 몰랐다.”며 “어떤 기능을 하는지,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지는 전혀 모른다. 겉보기에는 안전과 관련된 구조물인 것만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승아 씨(미술과 4년)는 “학교에서 일어난 성폭력을 계기로 생긴 것 아니냐. 기둥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비상벨이 울릴 것으로 예측만 했을 뿐 구체적인 기능은 전혀 모른다.”며 “안전시설이면 소화기나 소화전처럼 익숙해야 비상시에 손이 갈 것 같다. Emergency Call은 익숙하지 않아서 비상시에도 선뜻 생각나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학생들은 홍보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이뤘다. 아무리 Emergency Call이 설치된 주변을 자주 지나다닌다고 해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 우리 주변에 당연하게 있는 가로등과 같이 그저 구조물로만 인식할 수 있으므로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도 나왔다. 때문에 총학생회나 총여학생회와 협업하여 Emergency Call과 관련된 SNS 이벤트를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원광대학교 신문사인 원대신문에서 ‘안전교육 시행 여부 및 필요성’에 대한 재학생 52명에게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응답자의 78.8%가 `안전교육을 들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교내에 설치된 Emergency Call 눈에 띄는 곳에 설치된 Emergency Call


반면에 과반수가 넘는 학생들이(62.9%) 이 교육에 대해 `만족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우리 대학 학생들은 안전교육에 관한 관심이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봤을 때, 안전 교육과정에 Emergency Call에 대한 소개 및 홍보를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기숙사생들이 초기에 받는 안전교육에는 필수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해가 진 늦은 시각에 학교 안 유동인구를 차지하는 대부분의 학생이기 때문이다. 원대방송, 원대신문 등과 협력해 관련한 홍보 영상을 만드는 것도 학생들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학생들에게 과거 일어났던 사건을 소개하며 그 당시에 Emergency Call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는 상상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Emergency Call의 특성상 건물 외부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고장이 잦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다. 안전관리과에서 자주 안전점검을 나가고 있기는 하지만 비상호출벨을 눌러도 상황실과 연결되지 않거나, 비상벨이 울리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때문에 이 부분은 안전점검을 더 자주 하거나 기계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학생 안전자치회를 꾸려 학생들이 각 단과대에 가까운 Emergency Call을 맡아 점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자치회가 꾸려진다면 교내 안전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안전불감증’만큼 민감한 단어가 다시 있을까. 세월호 사건 같이 피할 수 있는 인재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공사현장에서는 싸구려 안전모를 나눠주기도 하고, 건물에서 불이 나도 화재감지기가 작동하지 않기도 한다.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미연에 안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골든 타임’도 잊어선 안 된다.


만약 사람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 죽느냐 사느냐는 찰나의 순간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앞선 이 조건들을 모두 만족하는 것이 Emergency Call이라고 생각한다. 신속하게 사고에 대처할 수 있으며,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도 수행하기 때문이다. 비교적 범죄율이 높은 밤 시간대에는 학생들에게 길안내를 위한 등대 역할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Emergency Call은 우리 대학의 든든한 경찰이 되기도, 신속한 구급대원이 되기도 할 것이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Emergency Call이 생색내기 조경물이 되지 않도록 사용방법을 인지시키고 홍보에도 힘쓰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학생들 또한 Emergency Call을 인식하고,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사용방법을 사전에 인지해두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끝으로 안전관리과 과장 배준섭 씨는 “학생들이 담배꽁초를 버릴 때 좀 더 주의해줬으면 좋겠다. 흡연실이 조금씩 설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여기저기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이 자주 보인다. 담뱃불이 제대로 꺼지지 않은 채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다른 쓰레기들에 불씨가 옮겨붙을 수 있다. 또 화단에 아무렇게 던진 담배꽁초가 큰 화재로 번지는 일도 있다.”며 “길을 가면서도 스마트폰을 보며 주위를 제대로 살피지 않아 생기는 사고도 잦다.”고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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